주차장에서 생긴 가벼운 접촉사고
운영자
2009-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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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우리 민지 선물도 살 겸 가까운 할인마트나 다녀올까요?”
조카의 돌잔치를 앞두고 나는 시골에서 올라오신 어머니와 중학교 다니는 딸과 모처럼 나들이에 나섰다. 조카 선물로 무엇이 좋을까를 고민하며 마트 주차장으로 들어서는 순간이었다.
우지직~
차를 강하게 긁는 소음이 이어졌다. 내려서 확인해 보니 주차를 위해 후진하던 옆차가 우리 차를 긁은 것이었다. 중년으로 보이는 한 여자 운전자가 차에서 내리더니 대뜸 화부터 내기 시작했다.
“뭐예요? 그 쪽이 잘못한 거 인정하시겠죠?”
당황스러웠다. 우리 차는 분명 앞의 차를 그대로 따라 들어온 것이고, 더구나 주위를 살피고 조심조심 가고 있었는데 말이다. 하지만 이런 일은 처음인 데다 어머니도 옆에 계셔서 나는 가급적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살짝 돌아서며 기도하시는 어머니를 보며 나 역시 하나님이 이 작은 일에도 함께 해달라고 기도를 했다. 그리고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얼마 전 다리를 다쳐 수술 후 기브스를 하고 있는 터라 망설였지만 남편의 도움이 절실했다.
“그런 상황은 후진차량이 거의 백 프로 잘못이야”
남편의 말에 나는 좀 더 안심이 되었다. 그런데 상대편 운전자 가족은 끝까지 우리 잘못이라며 화를 내고 있었다. 막무가내인 그들의 태도를 보니 스멀스멀 화가 올라왔다. 나는 옆으로 지나가던 한 운전자를 붙잡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 운전자 역시 상대편 잘못이라고 단정했고 그제서야 그들은 한풀 꺾였다. 나는 공정한 판단을 위해 양측의 보험사를 부르자고 제안했다. 상대편도 그러자고 했다. 그러는 사이 봉고차 한 대가 들어섰다. 놀랍게도 차 안에는 남편과 남동생, 그리고 중학생인 아들이 함께 타고 있었다.
“그 몸으로 어떻게 왔어요?”
“차를 빌렸어. 이런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편안하게 집에 있겠어.”
불편한 몸을 움직이느라 남편의 얼굴에는 송글송글 땀이 맺혀 있었다. 나는 그만 코끝이 찡해지며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남편은 물론이고 함께 와준 가족들이 얼마나 힘이 됐는지 모른다.
“보험사가 오시면 잘 아니까요. 목소리 높일 필요 없이 좋게 처리해요”
평소 남편이라면 이럴 때 목소리를 높였을 텐데 오늘은 아주 침착하고 부드러웠다.
얼마 후 우리쪽 보험사의 직원이 도착했다. 자초지종을 들은 담당자는 “후진차량이 이럴 때는 거의 잘못입니다. 보험으로 처리하면 8대 2정도로 될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우리 가족은 목소리 높이지 않고 억울함이 풀린 것 같아 감사한 마음으로 사건을 마무리하고 나왔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이틀 뒤 걸려온 전화 한 통은 우리 집안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며칠 전 사고 있었죠? 저희 보험고객의 진술에 따르면 그쪽 과실이 훨씬 높습니다. 앞의 트럭을 추월하다 낸 사고라면서요?”
그날 우리 차를 긁었던 상대편의 보험사 담당자였다. 이게 웬일인가? 남편도 나도 너무 속상하고 화가 치밀었다. 트럭을 추월하다니? 내가? 그 좁은 장소에서? 분명 거짓 진술이었지만 증명할 길이 없었다. 잘 마무리 된 줄로 알았던 사고가 억울한 누명에, 까딱하면 경찰서까지 가야 할 상황이 된 것이다. 여기저기 억울한 사정을 알리는 전화를 돌려도 분이 풀리지 않았다. 가족들도 무척 황당해 했다.
그날 밤 나는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나서 잠을 이룰 수 없었다.
“하나님은 아시지요? 이 억울함을 풀어주실 분은 하나님밖에 없습니다.”
눈물까지 흘리며 기도하는데 문득 마트마다 설치해 놓는다는 CCTV(폐쇄회로 TV)가 생각났다. 나는 얼른 상대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잘못은 그쪽이 먼저 하셨잖아요. 오히려 우리가 다 용서하고 웃으며 보내드렸는데 이젠 거짓말까지 하시나요? 저는 트럭을 추월한 적이 없어요. 내일 마트에 가서 CCTV를 확인해 보자구요.”
상대편의 태도는 여전했다. 다음날 우리는 양쪽 보험사 직원, 그리고 사고를 낸 중년 여인과 함께 마트를 찾아가서 CCTV실의 녹화된 자료를 확인하러 들어갔다. 두려움과 염려가 몰려왔다.
‘만약 그 부분이 찍히지 않았으면 어떡하지? 아, 도와주세요.’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화면의 재생 버튼이 눌러졌다. 짧은 몇 분이지만 화면은 정확하게 내가 진술한 내용이 그대로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 CCTV 화면은 마치 하나님이 늘 우리를 지켜보고 계시다는 것을 말해 주는 듯했다.
녹화된 화면을 본 보험 담당자 두 사람 모두 상대측이 ‘백 프로’과실이라고 말했다. 전화를 걸었던 중년여인은 일순 당황해했다. 진실을 왜곡하지 않았다면 팔십 프로의 비용만 물었을 것이다. 그런데 무슨 까닭인지 거짓진술로 모든 사람을 속이려다가 백 프로 과실을 물게 된 것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별 것 아닌 이야기로 들리겠지만 나로서는 정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 사고였다.
● 서울시 구로구 독산동의 조정미 님의 글입니다.
조카의 돌잔치를 앞두고 나는 시골에서 올라오신 어머니와 중학교 다니는 딸과 모처럼 나들이에 나섰다. 조카 선물로 무엇이 좋을까를 고민하며 마트 주차장으로 들어서는 순간이었다.
우지직~
차를 강하게 긁는 소음이 이어졌다. 내려서 확인해 보니 주차를 위해 후진하던 옆차가 우리 차를 긁은 것이었다. 중년으로 보이는 한 여자 운전자가 차에서 내리더니 대뜸 화부터 내기 시작했다.
“뭐예요? 그 쪽이 잘못한 거 인정하시겠죠?”
당황스러웠다. 우리 차는 분명 앞의 차를 그대로 따라 들어온 것이고, 더구나 주위를 살피고 조심조심 가고 있었는데 말이다. 하지만 이런 일은 처음인 데다 어머니도 옆에 계셔서 나는 가급적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살짝 돌아서며 기도하시는 어머니를 보며 나 역시 하나님이 이 작은 일에도 함께 해달라고 기도를 했다. 그리고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얼마 전 다리를 다쳐 수술 후 기브스를 하고 있는 터라 망설였지만 남편의 도움이 절실했다.
“그런 상황은 후진차량이 거의 백 프로 잘못이야”
남편의 말에 나는 좀 더 안심이 되었다. 그런데 상대편 운전자 가족은 끝까지 우리 잘못이라며 화를 내고 있었다. 막무가내인 그들의 태도를 보니 스멀스멀 화가 올라왔다. 나는 옆으로 지나가던 한 운전자를 붙잡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 운전자 역시 상대편 잘못이라고 단정했고 그제서야 그들은 한풀 꺾였다. 나는 공정한 판단을 위해 양측의 보험사를 부르자고 제안했다. 상대편도 그러자고 했다. 그러는 사이 봉고차 한 대가 들어섰다. 놀랍게도 차 안에는 남편과 남동생, 그리고 중학생인 아들이 함께 타고 있었다.
“그 몸으로 어떻게 왔어요?”
“차를 빌렸어. 이런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편안하게 집에 있겠어.”
불편한 몸을 움직이느라 남편의 얼굴에는 송글송글 땀이 맺혀 있었다. 나는 그만 코끝이 찡해지며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남편은 물론이고 함께 와준 가족들이 얼마나 힘이 됐는지 모른다.
“보험사가 오시면 잘 아니까요. 목소리 높일 필요 없이 좋게 처리해요”
평소 남편이라면 이럴 때 목소리를 높였을 텐데 오늘은 아주 침착하고 부드러웠다.
얼마 후 우리쪽 보험사의 직원이 도착했다. 자초지종을 들은 담당자는 “후진차량이 이럴 때는 거의 잘못입니다. 보험으로 처리하면 8대 2정도로 될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우리 가족은 목소리 높이지 않고 억울함이 풀린 것 같아 감사한 마음으로 사건을 마무리하고 나왔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이틀 뒤 걸려온 전화 한 통은 우리 집안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며칠 전 사고 있었죠? 저희 보험고객의 진술에 따르면 그쪽 과실이 훨씬 높습니다. 앞의 트럭을 추월하다 낸 사고라면서요?”
그날 우리 차를 긁었던 상대편의 보험사 담당자였다. 이게 웬일인가? 남편도 나도 너무 속상하고 화가 치밀었다. 트럭을 추월하다니? 내가? 그 좁은 장소에서? 분명 거짓 진술이었지만 증명할 길이 없었다. 잘 마무리 된 줄로 알았던 사고가 억울한 누명에, 까딱하면 경찰서까지 가야 할 상황이 된 것이다. 여기저기 억울한 사정을 알리는 전화를 돌려도 분이 풀리지 않았다. 가족들도 무척 황당해 했다.
그날 밤 나는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나서 잠을 이룰 수 없었다.
“하나님은 아시지요? 이 억울함을 풀어주실 분은 하나님밖에 없습니다.”
눈물까지 흘리며 기도하는데 문득 마트마다 설치해 놓는다는 CCTV(폐쇄회로 TV)가 생각났다. 나는 얼른 상대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잘못은 그쪽이 먼저 하셨잖아요. 오히려 우리가 다 용서하고 웃으며 보내드렸는데 이젠 거짓말까지 하시나요? 저는 트럭을 추월한 적이 없어요. 내일 마트에 가서 CCTV를 확인해 보자구요.”
상대편의 태도는 여전했다. 다음날 우리는 양쪽 보험사 직원, 그리고 사고를 낸 중년 여인과 함께 마트를 찾아가서 CCTV실의 녹화된 자료를 확인하러 들어갔다. 두려움과 염려가 몰려왔다.
‘만약 그 부분이 찍히지 않았으면 어떡하지? 아, 도와주세요.’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화면의 재생 버튼이 눌러졌다. 짧은 몇 분이지만 화면은 정확하게 내가 진술한 내용이 그대로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 CCTV 화면은 마치 하나님이 늘 우리를 지켜보고 계시다는 것을 말해 주는 듯했다.
녹화된 화면을 본 보험 담당자 두 사람 모두 상대측이 ‘백 프로’과실이라고 말했다. 전화를 걸었던 중년여인은 일순 당황해했다. 진실을 왜곡하지 않았다면 팔십 프로의 비용만 물었을 것이다. 그런데 무슨 까닭인지 거짓진술로 모든 사람을 속이려다가 백 프로 과실을 물게 된 것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별 것 아닌 이야기로 들리겠지만 나로서는 정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 사고였다.
● 서울시 구로구 독산동의 조정미 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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